아이랑 가는 우리동네 박물관 <하> 짚풀박물관-<중앙일보,2006-06-11>

2006. 06. 13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fiogf49gjkf0d
"얍, 내가 만든 짚 요술 방망이다." 짚풀생활사박물관이 연 짚풀문화체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제가 만든 볏짚 공예품을 뽐내고 있다.
"짚이 뭐예요?" 서울 혜화동 로터리 짚풀생활사박물관(관장 인병선)에 들어서던 아이가 묻는다. 짚을 본 일 없는 '쌀나무' 세대다운 질문이다.

한낱 썩어 문드러질 짚과 풀을 모아 무슨 박물관을 꾸몄을까 싶지만, 짚풀만큼 우리 민족 특유의 정신을 전해주는 유물도 드물다. 곡식을 털고 나면 남는 볏짚, 밀짚, 보릿짚이 소중한 살림살이였던 시절이 있다. 산과 들에 무성한 잡초도 소중히 여겼다. 뭣 하나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던 우리 조상 얘기다. 볏짚은 초가집이 되고 짚독이 되고 짚신이 되었다. 못 만드는 물건이 없었다. 잡초는 연료.사료.비료의 원료였다. 자연친화적이고 공해 없는 짚풀문화야말로 조상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유산이다.

짚풀 관련 자료만 3500점이 모여 있는 짚풀생활사박물관은 온 가족이 "아!" 감탄사를 내지르며 즐길 수 있는 놀이터다. 볏짚과 보릿짚으로 여치집이나 달걀꾸러미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짚풀의 아름다움에 더 깊이 빠져보고 싶다면 '짚풀문화연구회'의 문을 두드려도 좋다.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박물관이니 더 소중하다. 어른 4000원, 학생 3000원, 노인(65세 이상) 3000원, 월요일 휴관. www.zipel.com(02-743-8787).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