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70년 역사 구전가요로 흐른다-시사포커스 2007.10.23.

2007.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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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70년 역사 구전가요로 흐른다 27일, 카자흐스탄 현지서 한국문학평화포럼 문화예술축전

즐겁은 마음에 새 봄이 와
파종시절을 재촉한다
뜨락또르 뜨르릉 밭 갈아라
큰드름 잔드름(큰 두둑 잔 두둑) 빨리 짓자
에헤헤 뿌려라
씨를 활활 뿌려라
땅의 젖을 짜 먹고
와싹와싹 자라나게


-1933년 연성용 작사,작곡 ‘씨를 활활 뿌려라’ 모두





1937년 9월 25일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고려인 강제 이주. 그 70년 역사의 그늘 속에는 얼마나 깊은 상처와 피맺힌 한이 드리워져 있을까.


1937년 8월 21일, 소비에트 중앙인민위원회와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일본 간첩 침투를 막는다는 이유로 연해주에 살고 있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키기로 비밀리에 결의(인민위원장 몰로토프,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 서명)해 이루어진 고려인 강제 이주.


124대의 화물열차(마소 운반용)에 실려 카자흐스탄(9만5256명)과 우즈베키스탄(7만6525명)으로 쫓겨간 고려인은 모두 17만1781명이었다. 그중 고려인 인텔리와 군 장교 등 2800여 명은 비밀리에 체포되어 학살당했다. 강제 이주를 반대할 우려가 있다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이때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황무지에 버려지다시피 한 고려인들은 추위와 기아, 풍토병 등으로 줄줄이 쓰러져 숨졌다.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숨진 고려인의 수는 무려 2만여 명이 넘었다.


하지만 고려인들은 강했다. 이들은 그 황량한 벌판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토굴을 지어 마을을 이루고 척박한 땅을 기름진 들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고려인 최초 강제 이주지였던 카자흐스탄 우스토베시 바슈추베 언덕에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기념비가 이를 말해준다.


‘이 곳은 원동에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1937년 10월 9일부터 1938년 4월 10일까지 토굴을 짓고 살았던 초기 정착지다’






“이번 행사는 한국 참가 문인들과 카자흐스탄 동포 문인들이 친교의 시간을 가지면서 ‘한국―카자흐스탄 작가들 간의 문화예술 우호증진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예정입니다. 더불어 한국의 참가 문인들은 고려인이라는 이름을 민족적 자긍심으로 간직한 채 온갖 신난과 고초를 겪어온 우리 재소 고려인 동포들의 삶을 살갑게 위무할 예정입니다” -한국문학평화포럼 김영현 부회장


한국문학평화포럼(명예회장 고은, 회장 임헌영)과 카자흐스탄 창작문화단체 ‘오그늬 람빠’가 함께 여는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 1,2> 카자흐스탄 출판기념회가 오는 27일(토) 오후 3시부터 카자흐스탄 알마틔에서 열린다.


한국문학평화포럼 소속 회원 17명은 이 책의 출판기념회 겸 ‘한국―카자흐스탄 문화예술축전’을 위해 23일(화) 오전 10시15분 우즈벡항공 HY512편(인천공항)으로 출국했다. 6박 8일 일정.


김영현 한국문학평화포럼 부회장(소설가, 실천문학사 대표)을 단장으로 우즈벡으로 날아간 문인은 인병선(짚풀생활사박물관장) 시인과 임효림(시인), 윤기현(아동문학가), 이상국(시인), 홍일선(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이승철(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국장), 정용국(시인), 방남수(시인), 안명옥(시인), 김좌현(아동문학가)이다.


그밖에 한국문학평화포럼 소속 박중재 이사, 한복희, 김성수, 이행심, 양감내 회원 등도 함께 날아갔다.


이들은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 동포작가와 문화예술인, 현지 교포들과 간담회를 가진다. 이들은 이와 함께 고려인 한글학교와 공공도서관, 문화예술단체 등을 찾아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 1,2>와 창비, 실천문학사,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도서출판 화남, 도서출판 아시아, 한글문화연구회 등이 협찬한 한국의 우수 문예도서와 사전류 등도 기증한다.


오는 27일(토) 열리는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 1,2> 출판기념회 겸 ‘한국―카자흐스탄 문화예술축전’ 행사장에는 김영현 부회장 등 한국 측 참가자 17명과 카자흐스탄 거주 재소 고려인 한글문학평론가 정상진 선생을 비롯한 김병학, 최석, 리 스타니슬라브, 이정렬 시인 등이 참석한다.


카자흐스탄 창작문화단체인 ‘오그니 람빠’ 최 따찌야나 대표 등 문화예술인들과 카자흐스탄 한국대사를 비롯한 고려인협회 회원 등도 함게 나와 축사와 축시 낭송, 축가 등을 부른다.





해외민족문화유산으로 기록될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 1,2>는 디아스포라 고려인(카레이스키)의 애환과 삶, 불굴의 의지가 담긴 구전가요집이다. 이 책은 카자흐스탄 거주 김병학 시인의 채록 및 편저, 카자흐스탄 거주 음악가 한 야꼬브의 채보 및 편곡, ‘참깨를 털면서’의 김준태 시인의 감수로 지난 7월에 나왔다.


이 책의 특징은 고려인들이 부른 가요의 가사와 악보뿐만 아니라 작사자, 작곡가 연보, 재소 고려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 70여 점과 함께 가요의 출전까지 자세히 밝히고 있어 ‘고려인 가요사’를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록된 곡은 모두 568곡.


이 책은 카자흐스탄 고려인 작곡가 한 야꼬브 니꼴라예위츠가 지난 2004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6개월에 걸쳐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고려인촌을 돌아다니며, 고려인들이 불러주는 가요를 일일이 적은 손땀 발땀의 결과물이다.


김병학 시인은 “가요 가사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많은 게 힘들었다. ‘왜생겸’ 같은 가요 제목의 경우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 세상에 왜 생겨났는가’라는 뜻임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