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박물관 1호 보물 ⑭ 짚풀생활사박물관 ‘짚독’ 중앙일보 09.06.02

2009. 0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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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박물관 1호 보물 ⑭ 짚풀생활사박물관 ‘짚독’ [중앙일보]

일년 농사 든든히 지켜준 대청마루 성주신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가 짚풀로 지붕을 얹은 초가집에 살고, 짚으로 신을 삼아 신고, 짚으로 모자를 엮어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짚은 탄생에서 죽음까지 따라다녔습니다. 산모가 해산하는 자리에는 삼신짚을 깔았고, 아이가 태어나면 짚으로 금줄을 엮어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벼슬한 자가 죽을 땐 관을 짰지만, 가진 것 없는 서민들 장례란 멍석에 둘둘 말아 땅에 묻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으로 만들어 쓰던 자급자족 문화. 짚은 가장 흔하면서도 유용한 재료였습니다. 또한 서민들이 모시던 가신(집 지키는 신)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방에는 삼신, 대청마루에는 성주신, 문에는 문신, 화장실엔 측신, 부엌에는 조왕신이 있어 집을 지켜준다고 믿었습니다.

    가장을 집안에서 제일로 귀히 여겼듯, 집지킴이 신이면서 농업을 지키는 농신인 성주신을 그중 으뜸으로 쳤습니다. 성주는 독에 벼나 쌀을 담아 대청마루에 모셨습니다. 가을이 되어 햇벼를 추수하면 제일 먼저 성주독을 채우고, 고사를 지낼 때도 다른 어느 신보다 먼저 그 앞에 상을 올리고 절을 했습니다. 흙으로 빚은 옹기독을 쓰기도 했지만, 볏짚으로 성주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짚을 겹으로 짜는 ‘짚독’(사진)은 여간 솜씨가 있지 않고선 만들기 어렵답니다. 고관대작들이 감상하던 청자·백자만 예술일까요. 그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바로 이 짚독에 어려있습니다.

    이경희 기자

    ◆짚풀생활사박물관(www.zipul.co.kr)=인병선(74) 관장이 평생 연구해온 짚풀 관련 민속자료를 집대성해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세웠다. 농촌에서도 거의 사라져버린 풍경이 이곳에는 남아있다. 인 관장 인터뷰는 7일자 중앙SUNDAY에 실린다. 입장료 4000원. 02-743-87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