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과 풀은 지구상에 인류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함께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흔하게 사용된 재료입니다.

짚풀문화

짚과 풀은 지구상에 인류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함께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흔하게 사용된 재료입니다.
짚은 논밭에서 기른 곡식을 추수한 뒤 이삭을 떨어내고 남은 줄기를 말린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볏짚 이외에도 곡식의 이름을 붙인 보릿짚, 밀짚, 콩짚, 조짚 등이 있습니다.

반면에 풀은 따로 재배하지 않아도 산이나 들에서 흔히 자라는 것으로, 많이 쓰인 재료에는 싸리, 칡, 부들, 왕골, 갈대, 댕댕이 덩굴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짚과 풀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 재료들을 의미하며 이를 합쳐 ‘짚풀’이라고 부릅니다.

짚풀은 과거 우리 조상들의 의식주 생활뿐만 아니라 일생의례, 신앙, 생업, 놀이 등에 걸쳐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는데 이를 ‘짚풀문화’라고 합니다. 특히나 볏짚은 초가지붕, 다양한 생활용구, 아궁이의 연료, 가축의 사료, 농사에 쓰이는 거름 등 활용도가 아주 높았습니다. 이 밖에도 둥구미, 멍석, 짚신, 망태, 왕골자리, 도롱이, 삿갓 등 짚과 풀은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일생의례

일생의례인 출산, 돌잔치, 관례, 혼례, 상례, 제례에서도 짚풀은 빠질 수 없었는데 깨끗한 볏짚을 준비하여 삼신짚 위에서 아기를 낳았으며, 혼례 때에는 한 쌍의 표주박잔에 신랑 신부의 백년해로를 다짐하는 합근주를 나눠 마셨습니다.

또한 상례에는 거친 삼베로 만든 상복에 엄짚신, 수질, 요질 같은 옷차림을 하여 부모님이 돌아가심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생을 짚풀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농업

24절기에 따른 농사를 지을 때도 각 시기에 맞는 다양한 농사용구들이 쓰였습니다.

씨앗망태를 메고 밭에 씨를 뿌렸으며, 모내기와 제초작업을 할 때 광주리나 도시락에 음식을 싸 와 점심을 먹었고, 가을에 추수가 끝나면 멍석에 널어 말린 뒤 짚독이나 채독, 씨오쟁이 등에 갈무리를 했습니다. 또한 소나 돼지, 닭의 집을 지어주거나 달걀망태에 달걀을 보관하고, 달걀꾸러미를 만들어 포장하여 장에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민속놀이 · 신앙

민속놀이는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공동으로 참여하는 활동이었는데, 줄다리기의 경우에는 볏짚이나 칡 덩굴로 밧줄을 꼬아 사용했습니다. 또한 짚풀을 활용한 바구니탈, 키탈, 소탈, 12지탈 등의 다양한 탈을 쓰고 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민속신앙에서도 짚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금줄이 있습니다. 잡귀나 부정한 것의 침범을 막기 위해 왼새끼를 꼬아 걸었던 것으로 아기가 태어났을 때, 장을 담글 때, 동제(마을제사)를 지낼 때, 신성한 영역을 표시할 때 사용하였습니다. 금줄이 걸린 곳은 사람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짚풀문화의 가치

짚풀로 만든 것들은 농민들이 필요에 따라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던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소박하고 흔한 재료로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염색을 하고, 재료를 섞어서 만들기도 했습니다.

땅에서 자란 짚풀을 활용해 살고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는 자연순환적인 생활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산업사회가 되면서 자원고갈과 심각한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짚풀이 주는 자연재의 소중함과 조상들의 친자연적인 생활의 지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보여준 짚풀문화의 우수한 가치는 앞으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전할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