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금강`이 평양으로 흐른다 <2005. 6. 13>

2005. 0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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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드디어 '금강'이 평양으로 흐른다
16일 평양 공연 앞둔 가극 '금강' 막바지 밤샘 준비 현장
텍스트만보기   곽교신(iiidau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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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은 반드시 대동강을 만난다

가극 '금강'이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떠난다.

'6·15통일대축전' 남측 행사의 백미로 꼽았으나 방북 인원의 대폭 축소로 평양 공연 성사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지난 6일 최종 리허설을 마쳤던 '금강'이 12일 마지막 연습을 마치고 16일 평양 봉화예술극장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김석만(연출), 장민호(아소 역), 서희승(방돌개 역), 양희경(고창댁 역), 강신일(시인 역), 길성원(진아 역), 오만석(하늬 역)을 비롯한 60명의 공연단이 드디어 3박 4일 일정의 평양 공연을 떠나는 것이다.

▲ 마지막 연습을 끝내고. 좌로부터 서희승(당돌개 역), 강신일(시인 역), 길성원(진아 역), 장민호(아소 역), 양희경(고창댁 역), 오만석(하늬 역), 김석만(연출).
ⓒ2005 곽교신

공연 인원 줄이고 대본도 고쳐

북측의 방북인원 대폭 축소 요구에,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공연의 특성상 방북 공연 자체가 무산될 뻔한 위기도 몰렸지만 공연진을 93명에서 60명으로 줄이고 인원수에 맞춰 대본도 약간 수정하는 등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금강'의 평양 공연이 성사된 것이다.

김석만씨는 연출자로서 어려웠던 그간의 일들을 굳이 말하려하지 않는다. "정말로 어려웠던 연습 기간을 잘 참아준 단원들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 가게 되었으니까 그 전에 있었던 일은 잊고 싶다"면서 덧붙인 "드디어 이 극을 봐야 할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다"는 그의 말은 이 시대 이 땅의 깊은 아픔을 복선으로 깔고 있었다.

김석만은, 풍요 속에도 지구촌 곳곳에 난민이 넘치는 시대에 유일한 분단의 땅에서 바라보는 동학을 2005년의 눈으로 해석하는 데에 힘썼다고 한다. 또 공연을 관람할 관객이 근본적으론 우리와 감성이 같음에도 인위적으로 감성의 교류가 끊겼던 북한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늘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연출자의 이런 말들은 '금강' 공연진이 떠나는 곳이 같은 땅이지만 아직은 다른 땅인 것을 실감케 한다.

가극 '금강'은 극 내내 저항정신을 깔고 가기에 극의 표면만 보고 "금강은 북에서 더 좋아할 주제"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말이다.

기층 서민의 기득권층에 대한 조직적 저항인 동학이라는 '혁명'에 대한 남과 북의 해석상의 차이가 있더라도 그것은 동화가 불가능한 차이는 아니다. 금강 물과 대동강 물이 서해에서 섞이면 그저 바닷물이다.

섞이면 그저 하나일 뿐이라는 이 정신은, 동학의 수혜자이며 피해자로도 볼 수 있는 남녀 주인공 하늬가 부여 출신이고 진아가 북쪽 출신으로 그려진 남남북녀의 상징에도 통일의 염원으로 들어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평양에서 공연되었던 남측의 어떤 공연보다 주제의 공감대가 깊은 '금강'이기에 이 공연을 바라보는 북쪽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하도록 '차분한 흥분'에 싸인 연습장

12일 저녁 마지막 총연습을 마친 출연진은 한눈에 보아도 피로의 누적이 심했으나 평양공연을 앞둔 이들의 표정은 기대와 설렘에 가득했다.

무대 위의 세밀한 동선을 점검하고 있는 연습장은 개막 막바지의 여느 연습장처럼 후끈한 분위기였으나 그저 후끈하다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한 '그 무엇'이 있었다. 기자가 느낀 '그 무엇'을 극 중 '고창댁'으로 출연하는 배우 양희경씨가 집어내었다.

"북받치는 내 감정을 끝까지 제대로 추스르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이다"는 말로 다른 공연 때와 차이 나는 특별한 기분을 토로한 양희경씨는 그렇지 않아도 눈물이 많은 큰 눈이 금세 젖는다.

그의 눈물은 '금강'의 통상적인 해석과는 다른 순수한 인간적인 해석으로, 아버지의 고향 평남 진남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로서는 '배우 양희경'이 아닌 '아버지의 딸 양희경'으로서의 매우 진솔한 감정일 것이다.

양희경의 이런 불안과는 달리 황해도가 고향인 원로배우인 장민호(아소 역)씨는 "너무 오래 전에 떠나서 그런지 고향에 간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외국 어디로 공연가는 느낌"이라며 의외로 담담하게 말한다. 그러나 극히 절제하는 감정의 뒤에서 노배우의 눈을 스쳐가는 회한이 읽혀지는 것을 어쩌랴.

이번 공연에 '제작 자문' 자격으로 동행하는 작고한 신동엽 시인의 부인 인병선(짚풀생활사 박물관장)씨 역시 평남 용강이 고향인 실향민으로 이번 공연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그 자신이 '진아'로 극 중에 녹아있으니 아니 그럴까.

▲ 연출자의 요청으로 '공연을 대비하는 차분한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장민호(맨 왼쪽).
ⓒ2005 곽교신
남북 초월한 민족 공감대 그려내

연습에 방해가 될까 밖에서 기다리다가 공연 끝부분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들어갔음에도,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는 필자의 마음도 벌써 울컥한다.

연습 장면을 보았을 뿐인데 환호와 눈물이 범벅이 되고, 무대와 객석이 없으며, 남과 북도 사라진 평양 봉화예술극장의 16일이 안개 처리된 정지 화면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금강'은 눈물의 감정선이나 자극하는 연약한 멜로물이 아니다. 극 중에서 하늬는 남쪽의 남자이며 진아는 북쪽의 여자로 설정되어 있다. 그들의 사랑은 동학 와중에서 깨어지지만 진아는 깨어진 사랑에 울부짖기만 하는 약한 여자로 그려지지 않았다.

이것은 남도 북도 아닌 민족이 공유하는 감정의 공감대 선에 있는 중요한 주제이며 아직도 해결이 안 된 민족의 문제다. 벌써 토론의 자리가 있었어야 마땅한 무대다. 너무 늦은 방북의 무대다.

'금강'은 왜 이제서야 북으로 흘러가야했는가.
가극 '금강'은 6월 28, 29일 오후 7시에 경기도 안산문화예술회관에서 '남측 관객'에게 무료로 공연됩니다.
2005-06-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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