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손끝에선 들풀도 숨을 쉰다 -<오마이뉴스,2006-07-01>
2006.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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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고민 차에 다행스럽게 관련 홈페이지가 있어서 참고할 만한 것을 찾아 방문했다. 짚풀생활사박물관 홈페이지(www.zipul.co.kr)를 찾으니 팝업창 두 개가 뜬다. 하나는 한국 축구의 세계제패를 기원하면서 만든 짚공 사진이고 또 하나는 대망의 신간 <집과 풀로 만들기> 출간 소식을 알리는 것이다. '대망의 신간'이란 표현에서 저자나 독자 모두 간절하게 기다려왔다는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인 인씨는 잘 알려져 있듯이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고 신동엽씨 미망인이다. 그동안 따라 다니던 '시인의 미망인'이란 꼬리표를 지난해 <시인 신동엽>(현암사)를 통해 떼어내기까지 20여 년간 저자는 묵묵히 우리의 짚풀 문화를 개척해 왔다. 그녀가 하는 일은 하찮게 버려지는 짚이며 이름 모를 들풀에다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이다. 그녀의 손끝을 거치면 검불에 지나지 않던 짚풀도 멋진 작품으로 탈바꿈해 숨을 쉰다. 저자는 1978년부터 짚풀 문화를 찾아 전 세계를 누비기 시작했고 1987년 사단법인 짚풀문화연구회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저변 확대를 위해 뛰어 들었다. 1993년에는 짚풀생활사박물관을 설립해 귀중한 체험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책에는 초등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짚풀 공예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작품을 실었다. 짚공예의 기본인 새끼 꼬기부터 시래기두름, 달걀 꾸러미, 수박망태, 허수아비, 똬리, 망태기, 보릿짚 인형, 보릿짚 컵받침, 보릿짚 카드, 여치집, 도라지꽃, 장미꽃, 삼태기, 여치, 잠자리 등 26종이 담겨있다.
농사꾼에게 씨앗은 생명이다. 그래서 옛말에 굶어 죽어도 씨오쟁이는 베고 죽으란 말까지 있다고 하니 귀중함을 엿볼 수 있다. 닭둥우리는 공중에 다는 닭집을 말한다. 닭이 올라가 알을 낳고 품는 장소이기도 하다. 볏짚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보온과 통풍이 좋다. 닭둥우리는 많은 모양이 있는 데 책에서는 용마름을 짧게 엮어 뒤집은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수박망태를 들여다보자니 불뚝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맞아! 그때는 새끼줄로 엮은 망에 수박을 담아가지고 다녔지! 꼭꼭 잠겨서 떠올릴 기회조차 없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반가움. 이 책이 선사하는 유익함 중 하나일 것이다. 종려나무 잎으로 여치와 잠자리를 만든 것을 보면 실물을 방불케 한다. 색깔도 들어맞고 각선의 오묘함 역시 빼닮았다. 여치의 경우 제작과정 사진을 30장이나 보여주는 섬세함으로 처음 만드는 이들도 착실히 따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렇듯 작품마다 충분한 사진 설명으로 완성도를 높여주는 친절함 역시 이 책의 유익함이다. 인씨에 따르면 짚과 풀로 못 만드는 것이 없을 정도로 응용 분야가 넓다. 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자연재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이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취미생활은 없다는 말이다.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 직접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올 여름방학엔 책 한 권 허리춤에 끼고 온 가족이 달려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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