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 소수민족 꼼꼼히 기록-조선일보, 08.05.21.

2008.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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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병선
"고구려 유민의 후예가 태국 북부에 살고 있다?"

고(故) 신동엽 시인의 아내 인병선 여사는 1992년 출간된 김병호 씨의 다큐 소설 《치앙마이》를 읽고 저자가 던진 말에 궁금증을 떨칠 수 없었다. 당시 10년 넘게 전국을 누비며 우리 나라의 짚풀 문화를 조사한 경험이 있던 인씨는 '우리 민족이 태국에 있다'는 주장을 검증하고 싶었다. 1992년 12월부터 이듬해까지 태국 북부와 중국 윈난성(雲南省) 일대에서 소수민족을 만났고, 그때 체험한 '우리 민족 찾기 대장정'을 기행문으로 썼다.

"치앙마이 일대에 총 10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티베트·몽골·중동계를 제외한 아카족·리수족·라후족은 우리 민족일 가능성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 민족'임을 단정할 수는 없었다. 인씨는 그들이 태국으로 오기 전 살았던 중국 윈난성으로 달려갔다.

조선족 여성 가이드, 학예연구사, 운전기사와 함께 인씨는 지프를 타고 40일 동안 중국 최남단 시솽반나에서 최북단 닝랑현 용닝향 그리고 최동단 푸꽁, 리앙훠까지 돌았다. 그러던 중 윈남성 쿤밍(昆明)에서 '태국 북부 아카족과 윈난성의 하니족은 같은 민족'임을 알게 됐다. "같은 민족인데 중국에서는 하니족이라고 하고 국경을 넘어 태국에 정착한 하니족은 아카족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하니족과 리수족, 라후족은 다른 민족과 혼혈이 됐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 하니족과 리수족이 같은 활을 조상의 유물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 하니족이 칡을 '칠구'라고 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나는 두 아이의 엉덩이를 볼 수 있었다. 푸른 몽고반점이 엉덩이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선조들이 애초 살았던 중국 동북지방은 당나라에 끌려간 고구려 유민이 버려진 곳이라는 얘기다. 50여 일에 걸쳐 31개 소수민족을 조사하는 과정과 소수민족의 생활 및 풍습을 꼼꼼히 기록했고, 4000여장의 슬라이드 필름까지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