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무료 관람은 국민 기만 행위(오마이뉴스 09.02.21)

2009.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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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국립박물관 무료 관람정책이 2009년 말까지 1년 더 연장됐다.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신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무료화의 이유다. 그러나 전국 260곳의 사립 박물관들은 관람객이 크게 줄어 타격을 받았다. 이대로 가면 사립박물관이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문화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이 문제와 관련, '짚풀생활사박물관' 관장이자 고 신동엽 시인의 부인인 인병선씨가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말>
  
용산국립박물관
ⓒ 이중현
가짜시인

전국 17개 국립박물관이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무료 관람 시행에 들어갔다. 국립중앙박물관 최광식 관장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물관의 대중화를 위해 무료 관람 정책을 펴기로 했고, 2008년 5월부터 8개월간 시험 운영한 결과 관람객이 30% 증가하여 2009년에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립박물관의 관람 무료화 이후 전체 260개 사립박물관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졌다. 첫째, 관람객이 현저히 감소한 것이다. 운영비를 전적으로 관람료에만 의존해야 하는 사립박물관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국민 사이에 사립박물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점이다. 유료라고 하면 많은 관람객들은 "저 큰 데가 무료인데 이 작은 데가 왜 유료냐" 하고 발길을 돌린다. 그러는 그들의 얼굴에는 실망과 더불어 강한 불만의 감정이 드러난다. 박물관 측이 "무료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당신들이 낸 세금이 이미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려 해도 대개 사람들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마음 속에 혹 '사립박물관은 돈만 아는 나쁜 곳'이라는 인식이 고착되지 않을까 여간 초조해지는 것이 아니다.

 

무료관람은 수익자부담원칙에 어긋나는 일  

 

무료. 엄밀히 말해서 그것은 틀린 말이다. 국립박물관이 어디서 펀드를 대량 받아오든가 아니면 사업을 해서 왕창 돈을 벌어 선심을 쓴다면 모를까, 1년에 500~600억씩 국고를 받아 운영하면서 무료화라는 말은 가당치가 않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국민의 혈세화'라고 해야 온당할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무료 관람을 시켰을 때 두 가지 큰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하나는 혈세의 공평분배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고 둘째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박물관을 이용하는 국민은 혈세의 혜택을 보지만 그렇지 않은 국민은 혈세만 내고 혜택은 보지 못하게 된다. 이렇듯 공평분배원칙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수익자부담원칙을 지켜야 한다. 즉 이용하는 국민이 스스로의 혜택에 대해 부담을 지게 해야 하는 것이다.

 

국립박물관에는 해마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재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다. 이들에게 무료관람을 시킨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로 그들을 돕는 것이 된다. 물가는 오르고 실업자는 늘고 국민의 생활은 나날이 궁핍해지고 있는데 이들에게서 걷은 혈세로 외국인 관람객을 돕는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국립박물관은 무료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이기적인 수치성과주의에서 나온 잘못된 정책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 바로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