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마당]사립박물관 교육기관으로 위상 높여야 - 경향신문 12.05.15

2012.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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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사립박물관이 교육기관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정부가 사립박물관 59곳에 교육사 한 명씩을 배치했다. 즉 에듀케이터라고 하는 새로운 인력을 투입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사립박물관 수는 총 250여개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이들 사립박물관을 본격적으로 교육기관으로 바꾸려 하는 데는 그만한 동기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전환한 데다 올해부터 주5일 수업이 실시되면서 사교육기관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사립박물관은 특수전문박물관으로 종합박물관과 달리 어느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수집·연구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이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교육 콘텐츠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나다. 그 중에는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또는 유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도 적지 않다.

 

 

 

이들 사립박물관이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정책에도 이유가 있었지만, 박물관 자체의 인식과 역량 부족에도 원인이 있었다. 사립박물관 관장들은 아직은 거의 설립자가 맡고 있다. 이들은 열심히 수집하고 공간을 확보해 박물관 간판은 걸었지만 소장품을 교육 콘텐츠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부분을 이번에 문화부가 혁신적인 발상으로 보완해 준 것이다.

올봄에 에듀케이터 인력이 확정되면서 사립박물관운영위원회 측에서는 걱정이 적지 않았다. 교육사 모집에 몇 명이나 지원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에서였다. 그러나 실제 부딪쳐 보니 인력은 넉넉했다. 대학에는 거의 모든 학교에 교육과가 있다. 이들 교육과 출신에게는 졸업과 동시에 교사 자격증이 주어진다. 그러나 바로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임용고시라는 높은 문턱이 있어서 수많은 전문 인력들이 임시교사, 강사 등 비정규직에 매달려 있는 형편이다.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영역이 하나 생긴 것이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제 불과 두 달밖에 안됐지만 에듀케이터의 존재는 큐레이터 못지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던 커다란 한 분야가 생명을 얻어 활기를 띠는 것을 체감한다. 박물관 소장품의 교육 프로그램화, 콘텐츠 확장, 학생들의 체험영역 확대, 전문 인력의 고용창출 등 이보다 더 크고 뜻깊은 일이 또 있을까.

그러나 이 사업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전국 사립박물관이 모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한국 교육의 변화와 발전에 큰 동력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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