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꼬니 운동도 되고, 공부도 되요-<오마이뉴스,2006-09-29>

2006.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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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꼬니 운동도 되고, 공부도 되요
짚풀생활사박물관 찾은 서울광진학교 장애우들 즐거운 한 때 보내
   김기(mylove991) 기자   
▲ 짚풀생활사박물관을 방문한 서울광진학교 51명 장애우들이 짚풀공예를 직접 체험하는 등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장애우들의 얼굴노출을 꺼려 사진일부를 흐리게 했다.
ⓒ 김기
28일 정신지체 및 정서장애우들의 특수학교인 서울광진학교(교장 홍황표) 학생들이 서울 혜화동 소재 짚풀생활사박물관(관장 인병선)을 찾았다.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파견나온 강사들로부터 두 번이나 짚풀공예에 대해서 배웠기 때문에 짚풀을 대하는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광진학교의 특별활동 부장 원순희 교사 및 교사 7명과 짚풀공예강사 6명 그리고 학생 51명이 참가한 이번 특별활동은 아침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진행되었다. 짚풀공예 강사들은 이 날 배울 달걀꾸러미 만들기 방법을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었고, 장애우들은 일반인보다 힘겨운 손놀림이지만 구슬땀을 흘려가면서도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 현장학습실에서 진행된 이 날 대부분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달걀꾸러미를 손에 들고 돌아갈 수 있었고, 장애가 깊은 학생들은 친구들이 만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렵게 완성품을 만든 학생은 기쁜 마음으로 선생님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솜씨 좋은 친구는 남들보다 빨리 완성하고는 박물관 이곳 저곳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돌아다녔다.

▲ 자, 이렇게 꼬는 거야! 강사의 한 손과 배우는 사람의 한 손이 겹쳐서 새끼줄이 만들어지는 것이 농경생활의 공동체 모습을 연상케 해준다
ⓒ 김기
학생들을 인솔한 원순희 교사는 "평소에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합주, 공작 등을 주로 한다. 이번 박물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짚풀공예는 새롭기도 하고, 짚풀 자체가 처음 대하는 것이라 친구들이 흥미로워 한다. 또한 짚풀이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서, 이번 활동을 통해 농촌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번 행사는 짚풀생활사박물관의 장애우 대상 박물관 체험프로그램으로 성베드로학교를 대상으로 처음 시작됐고 인강학교, 평화복지관 등 3곳을 대상으로 더 진행될 예정이다.

인병선 관장은 "복권기금으로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무척 기쁘다.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전시의 기능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회구성원을 위한 복합 서비스 개념을 갖고 있다. 사립박물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넓어진다면 더욱 발전된 양질의 문화를 국민 모두가 향유하게 될 것이다"며 지원확대를 희망했다.

▲ 나 잘했죠? 선생님께 완성품을 들어보이고 자랑스럽게 사진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기
이 같은 장애우들의 박물관 현장학습 및 학교 내 실습은 복권위원회가 지원한 '사립박물관, 미술관 특별전시 프로그램'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3년째 복권위원회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사립박물관들은 올해 특히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개설된 수만 해도 500개에 육박할 정도인 사립박물관들은 그만큼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민속박물관 등 중요 박물관에 비해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숫자만큼 다양하고 특색있는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아 술박물관은 '불우 청소년 음주 문제 예방 체험 교육', 연기향토박물관은 소외계층에게 우리전통놀이를 가르쳐 주는 '같이 놀자'프로그램, 송광사 성보박물관은 '문화소외계층의 산사박물관체험교실', 등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한 시간들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한국박물관협회(회장 김종규)는 지난 24, 25일 경주에서 박물관에 지원된 복권기금의 활용과 성과에 대해 워크숍을 여는 등 기금 사용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립박물관들의 활기찬 사업 지원에 긴요했던 내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대폭 삭감된 수준으로 지원될 예정이어서 사립박물관들은 크게 낙담하고 있다.

이는 복권수입이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 되겠으나 사립박물관, 미술관에 지원되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복권위원회의 이해 부족이 문제라는 것이 박물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박물관이라는 것 자체가 공공성과 공익성이 주된 목적인 것을 감안한다면 비록 민간설립일지라도 그 취지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마지막 완성을 위해 섬세한 곳까지 신경을 쓰는 광진학교 학생
ⓒ 김기

▲ 음, 제대로 만들었나? 벽에 걸린 견본과 자기가 만든 것을 비교해보는 모습이 귀엽다
ⓒ 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