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지정에 `외압·청탁` 존재했다 -<오마이뉴스,2006-07-05>

2006.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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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지정에 '외압·청탁' 존재했다
국회 무형문화재 개혁 토론회, "기관장이 문화재 청탁 했다"... "뼈 아프게 동감한다"
  김기(mylove991) 기자   
▲ 4일 오전 국회 의원식당 별실에서 열린 무형문화재 제도 개혁을 위한 연속 토론회.
ⓒ 김기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무형문화재 제도개혁 토론회'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손봉숙, 강혜숙, 천영세 3인의 국회의원 주최로 지난 4일 오전 국회 의원식당 별실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의 실태 및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전직 문화재위원과 전직 문화재과장으로부터 문화재 지정에 따른 외압에 대한 고백과 그것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왔다.

무형문화재가 새로 지정될 때마다 외압, 청탁, 금품수수 등 온갖 소문은 무성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혀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한예종·백대웅 교수가 문화재위원으로 재임하던 시절의 일을 털어놓았다.

백대웅 교수는 직접 경험한 외압과 청탁의 사례들을 밝혔다. 백 교수는 발제를 통해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들에게 직접 '부탁'을 하는 사례까지 있었다"며 "당시 문화재청장과 담당과장이 배석한 가운데 광화문의 한 일식집에서 본인과 이아무개 위원을 불러 가야금산조 분야의 '특정인'을 보유자로 인정하라면서 '정치권에서 하도 흔들어 대니 나 좀 살려 달라'고 하였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재과장으로 실무를 담당했던 이장렬 박사(서울시문화재전문위원) 역시 토론자로 나서 백 교수의 발언에 대해 "백 교수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한 보유자 인정과정에 권력층이 개입되는 사례가 있었고, 그것도 기관장이 직접 문화재위원에게 부탁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고백, 공감과 함께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박사는 "그러나 어느 기관을 막론하고 공직자는 기관장의 지시에 따르게 되어있고 그것이 설사 부당하다 하더라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대한민국의 공무원은 한 사람도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당시 그런 자리에 누추하게 끼어있었던 자신이 무척 부끄럽다"고 백 교수의 발언을 인정했다.

▲ 왼쪽으로부터 백대웅 교수, 인병선 관장, 손봉숙 의원, 전개경 회장.
ⓒ 김기
이로 인해 과거 무형문화재 지정에 얽힌 소문들에 대한 직·간접으로 관련되었던 전직 문화재위원, 담당과장의 중요한 진술이 확보되게 되었다.

이외에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장, 전재경 한국역사민속학회장 등도 문제제기와 법률적 해석, 입법논리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인병선 관장은 지금까지 무형문화재 지정에 따른 사건들과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전문가 의견들을 폭넓게 제시하면서 현재 문화재위원 및 전문위원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전재경 회장은 법제 전문가답게 제기된 문제들을 법제화함에 있어서의 필요한 법리적 요소를 발표했다.

전 회장은 또 현재까지 우리나라 정부, 기관이 과도하게 끌어안고 있는 행정에 대한 부담을 공동체 자율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즉, 전문협회 및 단체들을 육성하고 자율규범의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불법감시와 갈등조정의 기능을 무형문화계 자체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문화유산의 국가표준(NS)등의 제정 등으로 규범의 공적 조율 장치마련도 필요함을 주장했다.

지난 4월 '가야금산조 및 병창' 무형문화재 지정에 따른 손봉숙 의원의 대정부 질문으로 인해 현재 감사원 감사청구안이 제출된 무형문화재 제도는 분명 개혁의 필요성을 안고 있다. 아울러 실질적인 의결기능을 담당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심의, 자문기구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모순점도 지적되었다.

1차 토론회에 이어 이번에도 발제 및 사회를 맡은 손봉숙 의원은 향후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적인 검토를 통해 강력하고 명확한 입법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